[김슬옹의 한글사랑] 실용 국어교육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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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슬옹의 한글사랑] 실용 국어교육이 절실하다

김슬옹 세종국어문화원 원장.

30년 남짓 여러 대학과 대학원에서 실용 국어 관련 강의를 해오면서 늘 겪는 아쉬움이 있다. 대학에 입학한 학생들은 초등학교 6년, 중고등학교 6년, 무려 12년 동안 국어를 필수 교육으로 배워서 입학한 학생들인데 국어에 대한 기본기나 바탕 생각이 부족한 경우가 많다.

첫째, 문단 나누기를 잘 못 한다. 문단을 나눠 글을 쓰는 것은 글쓰기의 기본으로 초등학교 저학년에서 배워야 하는 기본 글쓰기 능력이다. 그런데 10년 이상 '국어교육'을 배웠는데 문단 나누기를 안 하거나 잘 못 하는 이유를 잘 알기 어렵다. 물론 요즘 인터넷 등 디지털 매체에서 문단 나누기를 무시한 글쓰기가 아주 많아졌지만, 일반적인 실용 글쓰기에서 문단 나누기는 기본 중의 기본이다.

둘째, 학생들 100%가 '아래아한글'이나 '엠에스워드'와 같은 문서 작성기로 보고서를 내는데 디지털 글쓰기의 기본을 모른다. 이를테면 문서 작성기에서 들여쓰기와 내어쓰기는 사이띄개(스페이스바)로 하면 안 되는데 사이띄개로 하는 학생들이 많다. 한 문장이 길어서 두 줄로 이어질 경우 자동으로 이어지게 해야 하는데 한 줄 끝에서 실행키(엔터)를 눌러 바꾸는 잘못된 관행을 적용하는 학생들도 많다.

디지털 문서 작성의 기본을 모른다는 것은 원고지 쓰는 법을 모른 채 대학을 입학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원고지 사용법과 같은 기본기를 모르는 국어교육이 무슨 의미가 있는가?

아래아한글이든 엠에스워드든 디지털 글쓰기에서 '스타일 적용'도 기본 능력이다. 큰 제목, 작은 제목, 본문 등 글의 짜임새에 따라 글꼴과 크기 등을 자동으로 맞추는 기능을 스타일 기능이라고 한다. 긴 글에서 스타일 기능을 적용하지 않은 디지털 문서는 올바른 문서가 아니다. 그런데 대학원 학생들조차 이 기능을 모르는 경우가 많다.

이런 기본 글쓰기 관련 기능들은 원고지 쓰는 법을 국어 시간에 배우듯 국어 시간에 배워야 하는데 배운 적이 없다고 한다. 스타일 기능을 활용하는 디지털 글쓰기를 다룬 국어 교과서를 그 많은 검인정 교과서에서 본 적이 없다. 이러니 기업들이 재교육을 하지 않아도 되는, 현장에서 당장 적용할 수 있는 실용적 국어교육이 절실하다고 말하는 것 아닌가?

셋째, 짧은 칼럼(에세이, 논술, 중수필) 쓰기를 두려워하거나 못한다. 천 자 정도의 칼럼 쓰기는 초등 교육만 마쳐도 기본적으로 할 줄 알아야 하고 해야 하는 기본 글쓰기이다. 옛날에는 전문가나 특정인만 칼럼 쓰기를 했지만, 이제는 국민 누구나 칼럼을 쓰는 세상이 되었고 할 줄 알아야 한다. 그런데 칼럼 쓰기를 못하거나 두려워한다면 국어교육에 심각한 문제가 있음을 의미한다.

넷째, 한글, 우리말, 순우리말, 한자어 등 기본 용어를 헷갈려한다. 한자어든 외래어든 다 우리말이므로 한글로 적으면 우리말인데, 우리말과 한글을 순우리말로 혼동해서 쓰는 경우가 많다.

대학에서도 교양 국어를 누구나 배우지만 막상 사회에 나가면 우리말로 정책명을 짓지 못하고 외국어를 남용하고 신안군의 '퍼플섬', 광양군의 'MAEHWA'처럼 외국인들은 한국다움을 보러 한국에 오는데 미국 뉴욕 도시를 흉내내는 모국어 파괴자가 되는 한심한 사례가 무척 많아 국어교육은 왜 필요한가 반문하게 된다.

기본적인 국어 교양을 문제 삼는다고 해서 국어 선생님들 잘못이라는 것은 아니다. 아직도 객관식 위주로 평가하고 인재를 뽑는 전근대적인 한국 교육, 논리적인 글쓰기인 논술(에세이)은 누구나 배워야 하는 기본 교육인데 무슨 선택형 교육으로 몰아가는 잘못된 현실, 검인정 국어 교과서라고 하지만 국정 교과서의 판박이처럼 몰아가는 획일화된 국어교육 등의 총체적인 문제가 낳은 안타까운 현실이다.

출처 : 우리뉴스(민영뉴스통신사)(http://www.woorinews.co.kr)

    2024-02-16 12:18:09